[Well-Being 칼럼] 당신의 몸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들


엊저녁 집에 방문하신 아버지의 얼굴이 어두워 이유를 여쭈어보니 이명(耳鳴)이 점점 심해지신다고 합니다.

큰 병원을 오랫동안 다녀도 좀처럼 낫지 않고 불시에 찾아오는 이명이 많이 괴로우신가 봅니다.

제가 아는 젊은 박사 한 분도 오랫동안 이명을 앓았다고 합니다. 그분 말씀이 주변에 오래 공부하는 사람 중에 이명이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저희 아버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근면성실의 표본 같은 분으로 일상을 분·초로 끊어 바쁘게 사십니다.

공부도 오래 하셨지만 심지어 취미생활과 건강관리조차도 꼭 공부하듯 철저히 계획하고 실행하시는 철두철미한 분이십니다.

저는 아버지의 한결같은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아온지라 존경하는 마음이 매우 큽니다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성실한 삶’, ‘성장하는 삶’에 대한 아버지의 노력이 가끔 강박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쉼 없이 달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자신에 대해 완벽한 상을 정해놓고 끊임없이 스스로와 다투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20대에 처음 진행했던 CEO 교육에서의 한 장면을 잊지 못합니다.

크고 작은 기업의 사장님들 20여 분과 좌방석에 앉아 명상 전 몸풀기를 위해 스트레칭을 하였습니다.

명상이 자신의 마음 그릇을 살피는 일이라면, 스트레칭 혹은 요가는 명상에 앞서 자신의 물리적 그릇인 몸을 살펴 긴장. 피로, 초조, 불안 등의

부정적 기운을 정리하는데 쓰임이 있습니다. 그간 많은 명상 전 스트레칭을 진행했었는데 그날의 모습은 정말 희극이자 비극이었습니다.

등 뒤로 손이 전혀 안 넘어가시는 분, 다리를 펴고 앉았을 때 90도 이상으로 숙여지지 않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목 스트레칭에도

그저 고개를 까딱까딱 흔드는 정도였습니다. 대표님들 중 한 두 분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좌방석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셨습니다.


명상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입니다. 그분들의 몸은 과연 어떤 마음을 담고 있었을까요?

한 번도 무릎을 편 상태에서 발에 손이 닿아본 적이 없다는 한 교육생의 말에 모두들 웃었지만, 사실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고개 돌려 뒤를 보는 것도, 허리를 굽혀 주저앉아 쉬는 것도 어려워질 정도로 그분들의 몸은 왜 이렇게 딱딱하고 견고해졌을까요?

분명 그분들의 마음에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단지 몸의 유연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연성은 선천적인 요인도 있고 후천적 환경에 의해서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생아나 어린아이들의 유연한 모습을 보면 막 태어난 모든 인간은 자신의 근육과 관절을 의지대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길어지고, 등에 짊어지는 것이 많아지는 초등 고학년을 지나면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고 굳어지게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부모님의 통제가 많은 가정의 아이들이나 인정에 대한 욕구가 특히 많은

아이들이 스트레칭을 많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CEO분들과의 수업은 스트레칭 이후에도 쉽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시는 분, 눈을 감자마자 바로 숙면에 드시는 분, 자꾸 실눈을 뜨고 주변인들을 관찰하는 분들까지

다양했습니다. 낯선 경험 자체를 두려워하시고,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길까 (예를 들면 눈물을 흘린다는 등) 걱정되어 의도적으로

몰입을 회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분들의 고목 나무같이 딱딱한 몸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물론 운동을 할 만큼의 시간도 없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라 고단하고 쉼 없는 삶에 대한 고단함이 담긴 것 아니었을까요?

그날의 경험은 저에게 몸과 마음의 관계를 현상으로 확인하게 해준 첫 사례였습니다.

그래서 정작 제가 그분들과 수업하며 그렇게 눈물을 흘렸나 봅니다.



우리는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한 답을 자꾸 누군가를 통해 묻고 또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상당 부분 매우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답이 바로 당신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건강뿐만 아니라 몸의 건강도 그러합니다. 당신의 마음과 몸이 지금 무엇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끊임없이 보내왔던

내면의 신호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여러 차례 당신과 대화하기를 원했으나,

당신은 무관심했고 그것이 몸과 마음의 병증으로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과 대화를 하고, 그 대화에 깨어있을 수 있을까요?

마음과의 대화가 낯선 당신에게 작은 팁 하나를 드립니다.



스트레칭을 해보세요. 스트레칭을 하며 역으로 자신에게 대화를 거는 것입니다.

길지 않아도 좋고, 뻣뻣해도 좋습니다. 단순히 손을 주무르는 행위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짧은 스트레칭 시간에도 자기 자신에게 오롯하게 관심을 두어 보십시오.

왜 손이 저리는지, 왜 몸이 붓는지, 몸에 어떻게 도움을 주면 좋을지 마음으로 질문을 걸어보십시오.

작은 만남이 커지고, 짧은 만남이 익숙해지면 뻣뻣했던 당신의 몸이 응답하여 유연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면

인터넷에 정말 많은 스트레칭, 요가, 바디스캔 정보가 있으니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혹은 인키움을 노크하셔도 좋구요.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군 제대 장교 교육에서 뵌 대령님이 떠오르네요.

저한테 ‘이런 거 시키지 말아요! 낯간지럽고 너무 싫어!!.’ 하고 호통치셨지요.

그런데, 가시는 길에 왜 따뜻한 악수를 청해주셨을까요?



“김 대령님, 스트레칭 열심히 하고 계신 거죠?”


■ 인키움 인재개발연구소 남정미 책임

상담심리학 석사/ 교육심리학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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