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 칼럼]미야자키 하야오와 애자일

2019-06-1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천공의 성 라퓨타...

이중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작품은 보셨을 텐데요.

모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입니다.

지난주 제가 즐겨보는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마침 이 거장의 작품을 다루었는데요.

작품의 줄거리와 제작 히스토리를 재밌게 보다가 눈에 띄는 장면이 있더군요.


JTBC 방구석1열 中 캡쳐


일반적인 창작과정에 따르면 먼저 시나리오를 쓰고 그게 맞춰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미야자키 감독은 먼저 이야기의 개요를 짠 후 바로 그림 작업에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시각적인 구체화, 즉 이미지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다 어느 기준 이상의 그림이 나오면,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탈고하는 방식으로 마무리 짓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힘이라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생각난 단어, 바로 애자일(Agile)입니다.

얼마 전에 끝난 ATD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애자일, 전통적인 과정개발 방법론인 ADDIE모형의 대안으로 올해도 언급되었기 때문입니다.

미야자키 감독 또한 주요장면을 시각화하는 데 있어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엄청나게 많은 파지를 생산해낸다고 하는데,

이는 애자일과 디자인 씽킹이 추구하는 반복(iteration) 프로세스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은 절대 시간낭비가 아니며 더 훌륭한 아웃풋을 만들기 위한 과정인 것이죠.



나이가 들며 경험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운전자의 대부분이 네비가 없으면 출발조차 두려워하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정해진 길로만 따르려고 하죠.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이나 전략적 판단을 위해 윗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글로벌 사례, 타사/동종업체 사례입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안이 통과되기는 매우 어렵죠.

최근 참석한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윗사람들은 도전적인 인재, 특이한 인재를

채용하라며 독려하고 있지만 정말 그랬다간 '도대체 저런 애 누가 뽑았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라는 겁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창의적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기는커녕 채용의 기회를 얻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죠.


변화, 혁신을 위해서 새로운 도전은 불가결한 일입니다. 수많은 길, 특히 지름길들의 시작에는 아무도 걷지 않았던

땅위로의 첫걸음이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생각나는 시가 있지 않으신가요? 바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입니다.

식상하신 분이 계실듯싶으니 제 악필로 시의 마지막 연을 끄적여봅니다. (전국의 악플러... 아니 악필러분들 힘내세요!)



최근에는 전통적인 업무처리 방법론인 PDCA 사이클조차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Plan), 행동하고(Do), 점검하고(Check), 개선하는(Action) 것이 아니라

일단 먼저 행동하고(Action), 평가하고(Check), 이에 따라 행동한 후(Do), 개선방향을 수립(Plan) 해야 한다고 말이죠.

PDCA 사이클을 그대로 뒤집어놓은 ACDP사이클을 제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액션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미야지키 감독 또한 수없이 많은 트라이&에러를 통해 거장이 되었답니다.



■ 인재개발 연구소 안성빈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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