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D 칼럼]시시포스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알았다면?

스웨덴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조나단씨, 그는 약속 장소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이대로라면 틀림없이 늦을 것 같네요. 이때 내면의 악마가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차도 안 보이는데 속도 좀 올려볼까? 경찰도 없는 것 같은데 재수 없게 걸리진 않겠지’

그러자 반대편에서 어느새 마음 다른 한켠의 천사가 속삭입니다.

‘이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준수하면 복권을 준대, 혹시 알아? 약속시간엔 조금 늦을지언정 네게 행운이 따를지.’


과속방지 복권 전광판 (스웨덴)


앞의 이야기가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하신가요? 하지만 놀랍게도 현실에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 도로는 스웨덴에서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속도를 준수한 차량 중에서 추첨을 통해 복권처럼 상금을 주는 도로였던 것입니다.

과속을 한 차량을 적발해 벌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정속주행을 한 차량에게 복권을 통해 상금을 주어 규정을 지키도록 이끈 것이죠.

요즘 들어 삼성이나 애플의 프리미엄 제품에서부터 샤오미 등에서 출시하고 있는 저가형 제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제조사에서 다양한 기능을 지닌 스마트 워치를 출시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시계 제조 업체들 또한 이러한 수요에 따라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한 모델을 내놓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기기들의 주요 기능은 바쁜 비즈니스맨들이 중요한 일정이나 알람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스마트 워치가 비즈니스맨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반인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헬스케어입니다. 착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여 더 많이 걷고, 움직이고, 운동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단순한 움직임 기록만으로는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이 숨어있죠.

어제 자신의 기록과 대비를 통한 동기부여, 랭킹 시스템을 통한 동료와의 경쟁, 배지 획득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방금 제가 캡처한 한 헬스케어앱의 화면입니다.


(?) 평균체중 이상인 저는 매일 이 그래프를 확인하며 조금이라도 순위를 올리고자

오늘도 열심히 걷고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합니다.

또한, 참가자가 많을수록 조금만 더 노력해도 변화된 수치를 더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이 걷게 되지요.

이를 활용한 운동독려앱은 수없이 많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임의 속성을 활용한 교육에서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지금 많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전, 연결, 경쟁, 그리고 피드백까지 어우러진 게임의 특징들을 활용한 기업교육은 다양한 보드게임들과 더불어 IT 기술을 활용하여

움직임을 활용하여 특점 지점에서의 활동을 유도, 협력 및 팀워크 증진을 독려하는 데까지 그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게임적 기법을 활용해 게임처럼 쉽고 재미있게 즐기며 몰입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교육뿐만 아니라

마케팅, 홍보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습니다. 이를 활용한 다양한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용어가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닐 정도로 말이죠.


TvN 방송 프로그램 <나가야 산다 대탈출>


심지어 최근에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방탈출 게임이 방송에까지 진출하여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대탈출’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시작한 이 예능 프로그램은 여러 예능인들이 닫힌 공간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퍼즐을 풀어나가며 탈출하는 게임입니다.

이들은 서로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며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었죠.

이미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팀워크 향상을 위해 방탈출 게임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술자리나 회식보다 팀원들과 가상의 공간에 모여 업무가 아닌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팀원들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팀워크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회사 내부로 시선을 돌려봅시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위해서 꼭 많은 돈과 인력,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보려는 마음가짐 그 자체입니다.


만약 워크숍을 진행할 때 각자가 자기주장이 강해 발언이 통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큰 인형을 하나 준비한 뒤, 그 인형을 서로 던지며 현재 인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발언권을 얻어 이야기할 수 있도록하는 규칙을 만들고 토론을 진행해보면 어떨까요?

이는 토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면서 발언자 또한 신중하게 정제된 언어로 의사표현을 하게 만들며

화자에 대한 집중도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서로 모르는 부서원들끼리 협업을 증진시켜야하는 워크숍일 경우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한 손만을 사용해 종이비행기를 접어보도록 할 수도 있겠죠.

둘이 붙어 낑낑대며 만드는 동안 협업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를 아시나요? 그는 큰 돌을 언덕 위로 굴려올려야만하는 형벌을 받았으나

정상에 올리면 다시 굴러떨어져서 매일같이 처음부터 다시 밀어올리는 일을 계속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오늘날의 시시포스라면 밀어올린 돌이 다시 굴러떨어질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1. 굴러떨어진 다시 돌을 밀어올리기 시작하며 어제 냈던 짜증을 또 낸다.
2. 어차피 다시 해야 할 일이므로 생각을 비우고 무념무상 상태로 다시 밀어올리기 시작한다.
3. 굴러내려갈 때 깨져나간 돌조각을 바라보며 내일은 조금은 가벼워진 무게를 느껴본다.



■ 인키움 인재개발연구소 안성빈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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